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그리고 HR

아래의 내용은 지난 4년 동안 빅데이터, 인공지능(기계학습) 기술을 HR 데이터에 적용하면서 배우고 경험했던 내용들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불리기엔 짧은 기간이지만 HR데이터를 기계학습 기술로 분석하는 것이 워낙 새로운 분야인지라 국내나 해외에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국내나 해외 마찬가지로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지니스 성과를 개선하는 일의 가능성과 한계를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배우는 시기입니다. 이 글이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고자 하는 국내의 HR Professional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4차 산업혁명
과거 200여년 동안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던 동력은 단연 기술 혁신이었다. 이전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 컴퓨터, 인터넷 기술들은 그 파급력이 개인, 기업, 사회에 넓고 고르게 미쳤던 보편적이고 범용적인 기술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산업 전반에 다양한 혁신과 기회를 창출할 보편적 기술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보다 해당 기술이 앞으로 가져올 변화의 크기와 보편성을 생각한다면 인공지능 기술,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기계학습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이나 모바일 기술 초창기에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꾸려 인터넷 전략, 모바일 전략을 세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기술 역시 기업의 현실과 성장 목표에 맞는 AI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의 HR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기술이 개별 기업과 산업에 가져올(가져오고 있는) 변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내다볼 수 있게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과 한계, 그리고 HR 적용 방안을 살펴 보겠다.
(인공지능 기술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등 다른 주요 기반기술들과 결합하여 산업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본 글에서는 이야기의 초점을 인공지능, 그 중에서도 기계학습에 두도록 하겠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5년 미국의 수학과 교수인 존 메카시(John McCarthy)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기계가 인간의 관점에서 “똑똑한(Intelligent)”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과학기술과 학문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AI를 간결하고 동시에 정확하게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있는 AI의 기술(알고리즘)과 해당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를 살펴봄으로서 AI를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자율주행차, 사진에 담긴 피사체를 인식하는 기술, 녹취파일을 텍스트로 전화하는 기술 등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성공과 성장의 대부분은 기계학습 분야에 집중되어 발생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사용된 딥러닝 알고리즘 역시 기계학습의 한 종류이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공지능은 기계학습 기술, 자연어처리(NLP) 기술, 로봇공학(robotics) 등을 포함하는 개념의 경계가 불분명한 광의의 개념이다. 반면, 기계학습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서 사람이 명시적으로 프로그램(지시)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패턴과 규칙을 학습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즉, 쓸만한 질과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공급하기만 하면 기계 스스로 학습하여 모형(데이터에 담긴 변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규칙)을 만드는 기술(알고리즘)과 학문이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이 과거의 기술과 대비되는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과거에 기계(컴퓨터)는 사람이 지시한 내용(규칙)을 지치지 않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었고 이러한 능력은 기업 내 ERP 시스템 등의 형태로 정형화된 업무의 자동화를 가져왔다. 반면, 기계학습 기술은 과거의 기계와 달리 사람으로부터 아주 제한된 지시만 받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인간의 지시없이 (혹은, 제한된 지시만 가지고) 스스로 학습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은 알고 있는 내용의 많은 부분을 언어로 명쾌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따라서 컴퓨터에 지시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컴퓨터를 통해 자동화할 수 있는 작업 역시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면, 바둑에서 판세를 읽고 다음 수를 내다보는 일이나 고등학교 졸업앨범 단체 사진에서 자기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은 (현재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할 줄은 아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말 할 수 없는 암묵적인 지식에 대해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마이클 폴라니는 1966년에 그의 저서 [The Tacit Dimension(국내에서는 암묵적 영역으로 번역됨)]을 통해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해당 사실은 폴라니의 역설(Polanyi’s Paradox)로 알려지게 되었다.

기계학습과 (빅)데이터
기계학습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에게 제한된 지시만 받고 학습하는지 알아보자. 우리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을 “Coding(코딩)”이라고 하는데 코딩의 본질은 기계에게 특정 작업(Task)을 처리하는 사전에 정의된 규칙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술하는 것(Codify)이다.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면 세법에 정의된 규칙들을 코딩하여 연말정산 작업을 컴퓨터가 사람이 지시한 그대로 자동화하게 하는 일에 다름아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전통적인 컴퓨터는 수행해야 하는 작업들의 절차를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결정론적 알고리즘(deterministic algorithms)을 통해 작동되었다.
반면, 기계학습에서는 기계에게 명시적으로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지시하지 않고 우리가 정답을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데이터를 제공하여 컴퓨터가 스스로 규칙(패턴)을 찾게 한다. 이런 기계학습 방법을 지도학습[Supervised Machine Learning]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람이 기계에게 정답을 미리 알려주는 방식으로 기계의 학습을 지도해 주기 때문이다. 최근 기계학습이 다양한 산업에서 다채롭게 응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기계학습 기술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지도학습이다.
참고로, 인간이 학습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경우 지도학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 부모가 아이에게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고양이와 개라고 이름표가 붙은 사진 백만장을 학습시키지는 않는다 - 스스로 세상을 관찰하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아직 기계학습에서 세상(데이터)에서 의미있는 패턴을 스스로 찾는 비지도(Unsupervised) 학습은 그 기술이나 응용 수준에서 초기단계이다.

지도학습(Supervised Machine Learning)의 예
몇가지 사례를 통해 기계가 학습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스팸인지 아닌지 분류가 된(정답을 알고 있는) 과거의 이메일 십만 건 정도가 있다면 해당 데이터를 학습하여 스팸인 메일과 그렇지 않은 메일을 구분하는 패턴(규칙)을 찾아 임의의 메일이 주어졌을 때 스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분류 모형을 만들 수 있다. 본인 얼굴이라고 이름표(Label)가 붙은 사진 1,000여장을 학습하여 임의의 사진에서 내 얼굴을 식별/인식하는 예측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 또는, 과거 웹방문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행위 데이터와 특정 광고에 대한 클릭 여부를 가지고 임의의 웹 사이트 방문자에 대한 맞춤형 광고 추천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

스팸 분류(필터)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계학습이 패턴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종류의 정보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가 더 잘 알거나 예측하고자 하는 변수(Y)에 대한 측정값이 존재하여야 한다. 메일의 경우 해당 메일이 스팸(spam)이었는지 햄(ham; 스팸이 아닌 메일을 지칭하는 용어)이었는지에 대한 정답(Label)이 미리 존재하여야 한다. 다른 하나의 정보는 Y값에 대한 설명/예측 모형을 수립할 입력값들이다. 입력값(X)을 전통적 통계분석에서는 독립변수라고 하고 기계학습에서는 피쳐(Features)라고 부르는데 이메일의 경우 이메일 본문에 포함된 단어(문구)를 피쳐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X와 Y가 주어지면 데이터를 학습하여 X를 가지고 Y를 예측/설명하는 규칙을 찾는 것이다. 스팸의 경우 “효과 확실”, “씨알리스”, “100% 환불” 등의 단어나 문구가 함께 사용된 확률이 햄과 비교하여 훨씬(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면 해당 패턴을 스팸 예측 모형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HR 맥락에서도 Y값(정답)과 해당 Y와 관련성이 높은 X값들이 있다면 기계학습을 통해 설명/예측 모형을 만들 수 있다. (설명 모형과 예측 모형의 차이는 아래에서 따로 설명하겠다.) 예를 들어 퇴직여부(Y값)와 채용/신입사원 성과 데이터(X값)를 활용하여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패턴을 찾아 선발 제도에 반영하거나 신입사원 착근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다. 혹은 매장별 매출(Y값)과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특성(여성인력의 비율, 직원추천 입사자 비율, 평균 연령, 평균 잔업시간, 조기퇴사율, 서베이 점수 등)을 학습하여 매출이 높은 매장의 HR적 요인을 찾을 수도 있다.

두가지 종류의 기계학습 모형: White Box vs. Black Box
앞에서 폴라니의 역설을 언급하며 사람이 언어로 기술하지 못하는 암묵지를 데이터를 통해 기계가 학습할 수 있다고 하였다. 동일한 문제(자기가 아는 걸 설명은 못하는 문제)가 기계학습을 통해 생성된 모형에도 적용될 수 있다. 모형의 성능을 설명력(주요 X값들을 가지고 Y값의 변화를 설명하는 능력)과 예측력(X값을 가지고 Y값을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이 둘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길항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형의 예측력이 높으면 설명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설명력이 높은 경우 예측력이 떨어진다.

HR의 입장에서는 애석하게도 최근 기계학습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모형의 예측력은 뛰어나지만 설명력은 굉장히 제한적인 블랙박스(Black Box) 알고리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블랙박스 알고리즘이 알파고를 통해 일반에 널리 알려진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딥러닝과 같은 블랙박스 알고리즘의 경우 수많은 데이터 레코드와 칼럼(피처)을 통해 Y값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아주 복잡하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패턴을 찾은 결과 Y값(고양이인지 개인지 여부)에 대한 예측력은 매우 높아졌지만 정작 왜 그런 예측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투명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화이트박스와 블랙박스 알고리즘의 구분은 HR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데 그것은 작동방식이 불투명한 블랙박스 모형을 직원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경우 해당 의사결정에 대해 투명하고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법률적 위험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5월부터 EU에서 발효될 예정인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서는 “설명에 대한 권리(right to explanation)”를 규정하고 있다. “설명에 대한 권리”는 기계학습 모형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받은 사람이 해당 모형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뜻한다. 실제 법적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국내에서도 직원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기계학습 모형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꼭 참고해야하는 내용이다.

기계학습: 예측비용의 감소, 판단력(Judgement)의 중요성
기계학습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람(인류)의 존재론적 근심 중 하나는 기계학습이 인간의 일(또는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걱정이 큰 만큼 많은 연구기관에서 어떤 산업과 직군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지, 그리고 어떤 스킬이 시장에서 수요가 높을 지 등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일의 미래(Future of Work) 관점에서 기계학습 기술을 조망하는 경우 기계학습의 경제적 효과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기계학습은 기본적으로 예측 기술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이 과거에 대한 설명(패턴)에 근거하여 가장 바람직한 미래를 예측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기계학습 역시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X와 Y의 관계)을 찾아 미래(Y값)를 예측하는 예측기술(Prediction Technology)이다. 기계가 예측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예측의 비용이 떨어지게 된다. 예측비용이 떨어졌으므로 과거에 비용의 이유로 예측이 활용될 수 없던 영역에 기계학습을 활용한 예측이 사용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업 내의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측이 곧바로 의사결정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시장을 신규로 개척할 지사장을 선택하는 경우, 과거 경험(데이터)에 의거하여 도전정신이 충만하고 디테일에 충실한 마케팅과 영업 경험을 두루 갖춘 본부장급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예측”되었다고 하자. 여기까지는 예측이다. 최종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려면 해당 예측조건을 충족하는 본부장들을 후보에 놓고 데이터로 파악되지 않는 다양한 조건들(자녀의 나이, 건강 상태, 해당 본부의 상황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즉, 주요한 결정은 예측과 판단으로 구성되며 현재 기계학습 기술은 인간의 판단의 영역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 기계학습 기술의 발전은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패턴에 기반한 저렴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여 인간의 예측 능력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점점 더 떨어뜨리겠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람의 판단에 대한 시장의 가치는 더 커지게 될 것이다.

HR 데이터에 기계학습을 활용: 피플 애널리틱스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는 “통계학, 인공지능(기계학습),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HR 데이터에 적용하여 직원과 관련한 주요 문제들에 대해 사실과 증거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피부에 와닿게 표현하면 피플 애널리틱스는 비지니스 성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직원들의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발견하고 그 차이를 키워나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각각의 희미한 느낌으로만 파악이 가능하여 공유하기 어려웠던 직원들의 경향성을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일이다.

기계학습이 X(Input)와 Y(output)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X를 가지고 Y를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패턴을 찾는 것이라면 기계학습 기술을 실용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차이는 X와 Y를 창의적으로 수집, 발굴, 활용하는 능력에 있다. 다양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존재하지만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인 모형의 성능(설명력 또는 예측력)은 데이터의 양보다도 데이터(X, Y값)의 신뢰성, 적절성, 참신성에 달려 있다. HR 영역에서도 비지니스 목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좋은 Y(질문)를 발굴하고 해당 Y를 더 잘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Y와 관련성이 높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발굴,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데이터와 질문만 있으면 패턴을 찾는 것은 기계가 쉽고 빠르게 대신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HR 데이터는 느리고(Slow: 변화의 속도가 느림), 작고(Small: 크기가 작음), 정형화되어 있는(Structured: 평가·자소서 등을 제외하고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음) 특징을 가진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에는 전통적 인사데이터에 다양한 내외부의 데이터를 결합하여 데이터의 다양성(Data Variety)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고객관리시스템(CRM)을 통해 수집한 영업직원의 매출 데이터, 콜센터 직원의 고객만족도 점수를 함께 분석하여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의 패턴을 찾거나, 사내 이메일 로그를 분석하여 직원들의 통신 패턴을 파악해 부서 간 가교(Hub) 역할을 하는 직원을 발굴하고, 직원들의 구직 사이트(LinkedIn) 활동내역을 모니터링하여 퇴사징후를 감지하는 등 전통적인 인사 데이터의 외연을 넓혀 분석을 더 풍부하고 유용하게 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데이터 변화의 속도(Data Velocity)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일 년에 한 번 실시되는 직원만족도 서베이나 평가제도 대신 상시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에 대한 데이터의 최신성(Recency)을 유지하려는 시도들도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 인사데이터와 비전통적인 인사 데이터(임직원별 보안사고 유형 및 건수)를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뽑아낸 사례를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쉘(Shell)이 임직원 보안사고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살펴보자. 쉘은 일주일 평균 100여명의 임직원들이 피싱이나 바이러스 공격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피플 애널리틱스팀은 인사 데이터와 보안사고 데이터를 결합하여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였고 피싱사고는 재직기간 5년 이상이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기술이 없는 직원들에 집중되어 있고 바이러스사고는 재직기간 5년 미만에 비정규직이나 해외파견 중인 직원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유의미한 패턴의 존재를 확인한 쉘의 피플 애널리틱스팀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사람으로부터 아주 제한된 지시만 받고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분석하여 패턴을 추출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임직원의 보안사고 확률을 예측하는 보다 정교한 분석모형을 만들어 보안사고 고위험군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화된 보안방지 교육을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쉘은 보안과 관련된 교육비용 감소, 보안 리스크 감소 등의 비즈니스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HR 데이터 분석과 비지니스 성과 개선
고객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들은 매출성장, 이익 등 객관적으로 측정가능한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손에 잡으려면 잡을 수 있는 해석이 쉬운 구체적 숫자들로 구성된 지표들이다. 반면 HR의 경우 몰입, 열정, 혁신, 리더쉽 등 그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명확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주요 관심사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서의 "사랑"처럼 규범적이고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형체를 구상화할 수 없는 개념들이다.
그래서, 직원과 관련된 이야기나 행동들은 - 많은 경우 - 그 효용(Utility)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에 서사(허구)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허구를 창조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의 큰 재능이다.) 천명의 사람이 천가지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몰입, 에너지와 같은 추상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면 "허구"가 "데이터 기반 허구"가 되기 싶다.

많은 산업/직종에서 직원의 특성/행위와 기업의 성과(주가, 매출, 이익)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경우, 기업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추상적 규범(예, 고객 중심, 혁신의 속도)이나 생산성/운영효율성 등 대리 성과지표(Proxy Performance Metrics)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 후, 선발/육성/보상/서베이 등 직원과 관련한 운영 활동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대리 성과지표와 결합/분석하여, 성과의 차이를 만들어가는 통제가능한 요인(Lever)을 찾아 현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건 해석을 나침반 삼아 실천하고 변혁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좋은 해석을 위해선 좋은 사실이 필요하다. 허구에 데이터를 들이대면 데이터 분석 허구가 될 수도 있다. 그건 HR 데이터 분석의 명백한 한계이지만 극복할 대상은 아니다. 객관적 진실을 알 수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체에 한 발 더 다가간 허구를 창조하는 것이 “HR의 일"일지 모르겠다.

맺음말
지금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헐리우드적 상상을 하기보다는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내가 이전에는 할 수 없던 생각과 일들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다. HR 데이터 분석(피플 애널리틱스)을 통해 일하는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개별성에서 보편성을 찾는 작업의 원리, 가치, 한계를 이해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인간의 노동을 더 풍요롭고 공정하고 가치있게 할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제한된 정보처리와 패턴인식 능력에 기반하여 완고하고 주관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에 비하여 기계가 내린 예측의 가치와 효용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에 기대고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계의 예측은 세상에 대하여 새롭고 덜 편협한 사실들을 제공하여 세상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세상의 샘플링인 데이터)에 좋은 질문을 하고 기계의 예측을 개인과 조직, 사회에 이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판단력은 당분간 인간 고유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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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Karenina principle

톨스토이의 “안네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번역)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다가 몇년 전 Jared Diamond의 “총, 균, 쇠"를 통해서 소위 안네 카레니나 원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Jared의 해석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이유가 비슷비슷한 것은 가정이 행복하려면...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