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인재 발굴엔 毒  

[한국경제신문에 2016.12.08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람 일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재분석 기술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를 활용하면 이런 말을 하기 어렵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사람(직원)과 일(성과)의 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재경영의 도구다. 세계 주요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DD: data-driven decision-making) 시스템이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사데이터 분석 서비스 전문회사 아이디케이스퀘어드 양승준 대표의 칼럼을 통해 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해 알아본다.

피플 애널리틱스는 ‘통계학, 인공지능(기계학습),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인적자원 데이터에 적용해 확률과 증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는 인재경영 시스템’이다.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하자면 성과 차이를 보이는 직원들의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찾아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희미한 느낌으로만 파악이 가능했던 직원들의 성향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사람과 관련한 주요한 문제에 대해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지원 도구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열 가지를 모두 보고 판단하지 않는 게으름에 대한 핑계다. 커다란 눈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도 있고, 작은 눈이 잘 어울리는 얼굴이 있듯이 회사에서도 필연적으로 일을 잘하는 보편적인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우연적 요소가 높다는 이유로 무원칙과 직관으로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특정 직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협소한 인식의 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피플 애널리틱스가 필요하다. 직원들을 증거와 사실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수단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연관성과 개연성 정보를 활용해 확률적 판단을 한다. 일기예보와 마찬가지로 내가 내린 결정이 맞는 날도 있고 틀리는 날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옳고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활용 수준 #

시장에 제공되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매출 상위 1000개 기업(포천 1000) 중 절반 이상이 피플 애널리틱스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딜로이트가 세계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피플 애널리틱스를 업무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고 꼽은 비율이 2015년 66%, 2016년엔 77%로 늘었다.

뉴욕에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해리스 폴이 2015년 미국 내 매출 1조원 이상인 300여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CHRO에게 요구되는 필수 자질에 대해 물었더니 80%가량이 “주요 인재 이슈에 대해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해 확고하고 객관적인 입장(행동)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위에 인용한 내용은 모두 인사부서가 피플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인사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는 아직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없다. 대기업들이 자체 경제연구소나 전담 조직을 통해 성과 분석이나 퇴사 분석 등에 대해 활용하기 시작했고, 선도적인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피플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정도다.

피플 애널리틱스와 노동의 미래 #

인공지능이 초래할 직업과 노동의 변화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과 기계가 함께 일해야 한다면 의사결정은 누가 내려야 할까. 원론적인 정답은 ‘(조직에)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쪽’이겠지만 ‘더 좋다’는 것은 가치와 관점에 따른 상대적 개념이라 사람과 기계의 역할 구분이 쉽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계(인공지능)가 사람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현재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자동화하고 있는 의사결정은 대부분 사람의 직관이나 통찰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덜 중요한 사안이다. 고객에게 보여줄 온라인 광고를 결정하거나 고객이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정도다. 맞으면 좋지만 틀려도 그만인 결정이다. 하지만 직원을 뽑고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통합적 사고가 필요한 중요 결정을 기계가 대신하기에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할리우드적 상상을 하기보다는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내가 이전에는 할 수 없던 생각과 일들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피플 애널리틱스를 통해 일하는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개별성에서 보편성을 찾는 작업의 원리, 가치, 한계를 이해하고 인간의 노동을 더가치 있게 할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양승준 < 아이디케이스퀘어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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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Karenina principle

톨스토이의 “안네카레니나"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번역)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다가 몇년 전 Jared Diamond의 “총, 균, 쇠"를 통해서 소위 안네 카레니나 원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Jared의 해석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이유가 비슷비슷한 것은 가정이 행복하려면...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