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것, 나의 것

사장님이 원하는 것 vs. 내가 원하는 것
데이터를 통해 효율과 변화를 추구한다는데 싫다는 사장님은 없다. 내가 자신 없는 거다. 무지의 장막 뒤에 숨어 편안함과 익숙함을 유지하고 싶은 거다.
제한된 정보, 시간, 능력을 가지고 파악한 현실 인식에 근거하여 내린 의사결정은 우리 가치관에 일관성과 질서를 부여하는 만족스러운 결정이지 조직의 효용을 고려한 최적의 결정일 수 없다.

구상 vs. 추상
고객과 관련된 이야기(해석)나 행동들은 매출성장, 이익 등 객관적으로 측정가능한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손에 잡으려면 잡을 수 있는 해석이 쉬운 구체적 숫자들이다.
반면 직원의 경우 몰입, 열정, 혁신, 리더쉽 등 그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명확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주요 관심사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서의 "사랑"처럼 규범적이고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형체를 구상화할 수 없는 개념들이다.

허구 vs. 데이터 기반 허구
그래서, 직원과 관련된 이야기나 행동들은 - 많은 경우 - 그 효용(Utility)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기에 서사(허구)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허구를 창조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의 큰 재능이다.)
천명의 사람이 천가지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몰입, 에너지와 같은 추상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면 "허구"가 "데이터 기반 허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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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and People Alignment
많은 산업/직종에서 직원의 특성/행위와 기업의 성과(주가, 매출, 이익)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들다. 이 경우, 기업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추상적 규범(예, 고객 중심, 혁신의 속도)이나 생산성/운영효율성 등 대리 성과지표(Proxy Performance Metrics)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 후, 선발/육성/보상/서베이 등 직원과 관련한 운영 활동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대리 성과지표와 결합/분석하여, 성과의 차이를 만들어가는 통제가능한 요인(Lever)을 찾아 현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사장님이 궁극으로 바라는 것"은 숫자로 표현되기에 단순하다. 반면, "나의 일"은 숫자로 환원되기에는 너무 복잡한 관념과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일"과 "사장님의 일” 사이가 아득하지만 허구에 기대어 세상을 친절하게 살아내는 것 역시 무력하다.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건 해석을 나침반 삼아 실천하고 변혁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좋은 해석을 위해선 좋은 사실이 필요하다. 허구에 데이터를 들이대면 데이터 분석 허구가 될 수도 있다. 그건 People Analytics의 명백한 한계이지만 극복할 대상은 아니다. 객관적 진실을 알 수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체에 한 발 더 다가간 허구를 창조하는 것이 “나의 일"일지 모르겠다.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중요한지 아닌지 생각도 안 해 본 것들에 대해 쓰세요. 질문 자체가 답이에요.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에요. —이성복 [무한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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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Schwarzman이라는 사모투자로 억만장자가 된, 그리고 최근 예일 대학에 1600억 정도 기부하기로 하신 분이 1969년 하바드 대학 입학에 거절당했던 일이 알려진 걸 계기로 하바드 대학에서 최근 졸업 후 돈을 어마어마하게 번 (특히 금융 쪽에서) 졸업생들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아래 세가지 자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self-importance: 통상 학교나 회사에서 사람을 선발할 때 자부심/자긍심은... Continue →